김지석의 ‘영화로운’ 삶 장일호 기자 양 볼에 여드름 자국 선명한 앳된 청년이 조문객을 맞았다. 조문을 마친 이가 울먹이는 얼굴로 덥석 그를 품에 안았다. 청년은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어정쩡하게 안겨 있다 풀려났다. 청년의 곁을 지키던 이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 집행위원장. 그가 청년에게 나지막이 아버지와 조문객의 관계를 설명해주었다. 청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5월27일부터 사흘간 부산국제영화제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 있었던 단 한 명의 상주 김이진, 1997년생. BIFF 출범 이듬해 태어났다. 학창 시절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쓰라는 질문을 만나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사랑을 카피하다 김봉석 (영화평론가) 〈체리 향기〉(1997년) 이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란)의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사랑을 카피하다〉가 낯설 수 있다. 단지 로케이션 장소가 이탈리아이고,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탓만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에서 중요한 삶의 잠언들을 길어올리던 키아로스타미의 소박한 리얼리즘은 〈사랑을 카피하다〉에서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에 대해 격렬하게 논쟁하고, 중년의 부부를 연기하는 것 같던 역할극은 어느 순간 현실이 되어버린다. 과연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일까? 오리지널만이 아니라 당신 생애에 이런 영화는 다시 없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허우샤오시엔과 기타노 다케시가 오프닝을 찍고, 데이비드 린치와 장이머우, 라스 폰 트리에와 로만 폴란스키가 중반부를 연출하다가, 왕가위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빔 벤더스와 켄 로치가 라스트를 책임지는 영화. 우리 생전에는 절대 볼 수 없을 거라고? 미안하지만 그 ‘미션 임파서블’, 영화감독 드림팀의 환상적인 팀플레이는 이미 실현됐다. 더보기